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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제중원 뿌리 논쟁'은 세브란스병원의 전산인 제중원이 서울대병원의 뿌리라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논쟁이다. 이 논쟁은 제중원 창립 100주년(근대의학 100주년)을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논의된 바 있고,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논쟁이 시작된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전반기가 제1기(1978~1998)에 해당되며, 2007년 대한의원 1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제중원 기념행사를 병행했던 시기가 제2기(1998~2008)에 해당된다. 제3기(2008~현재)는 2008년 이후 현재까지라고 말할 수 있다. 제중원 뿌리 논쟁은 이미 연세대학교 의사학과와 의학사연구소가 공동으로 발행하는 엔세의사학을 통해 꾸준히 정리 발표되어 왔다. 또 최근 출간된 제중원 뿌리 논쟁은 그동안의 경과와 핵심 쟁점, 서울대 병원이 답해야 할 질문들을 잘 정리하고 있다. 이글의 목표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논쟁이 어떻게 제기되었고, 각 시기별로 제기된 핵심적인 쟁점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최근에는 어떤 논의가 진행 중인지를 검토하되 논쟁을 일으킨 장본인들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논쟁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논쟁을 제기한 서울대병원의 내부 사정, 의도, 전략 방향성 등이 이미 논쟁 과정에서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 분명히 인식하지 않는 한 제중원은 지구 상의 여러 영토분쟁처럼 '분쟁지역'으로 오인될 여지가 적지 않다. 두 번째는 서울대병원이 광제원과 대한의원을 찬미하는 인식의 원천은 어디인지를 따져보는 일이다. 서울대병원이 단순히 병원 건물을 승계했다고 대한의원을 찬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서울대병원이 왜 제중원에 집착하는지, 그런 주장에는 문제는 없는지 등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뿌리 논쟁의 경과

제1기: 서울대병원의 뿌리 제기

한국의학사한국의 학사 연구에서 고전으로 여겨지는 김두종(1896~1988)의 한국의 학사(1966)에서는 제중원과 세브란스병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서양의학은 왕립병원인 광혜원으로부터 시작되어 제중원을 거쳐 세브란스병원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제중원은 1895년 7월 이후로 왕실의 경영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 북장로교회에서는 이관된 후에도 선교회의 의료사업으로서 제중원의 명칭을 그대로 존속하여 오다가 1904년 9월 23일에 현 남대문 밖 도동에 세브란스병원이 되면서 그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우리나라에 있어서 처음으로 세워진 현대식 병원이었다. 세브란스 병원은...
우리나라의 서양의학의 발상지로서 서양문화를 직접적으로 들여 오게 한 영예의 전통을 자랑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 전해온 근대의학의 역사 중에 가장 빛나는 페이지를 장식한 것도 세브란스 병원이거니와, 우리 의학의 발전적 과정에 있어서 민족적 고난과 호흡을 같이 하게 된 것도 세브란스병원이다.

 김두종은 이 책에서 1885년 광혜원으로 시작된 제중원이 1894년에는 왕실의 보호를 떠나 선교회의 사업으로서 완전히 재조직되었고, 제중원의 명칭은 실질적으로 남대문 밖의 현 기지에 옮겨가면서 세브란스병원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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